-건설사 국내외 수주량 감소…생존 위해 파격 연말 인사 '단행'
-신사업에 힘 실어주는 인사…체질 및 사업개선을 위한 '전초전'

▲ 현대건설<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건설업계가 줄어든 수주량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연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 및 신사업 구축에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더욱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2020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CEO가 상당수 남아 있어 연임 여부에 따라 업계가 인태 태풍이 불지 아님 돌풍으로 마무리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을 비롯해 GS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호반건설, 대림산업 등이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해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5일 서경석 현대·기아차 정책지원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현대건설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임명했다. 또 정수경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본부장 전무와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이번 인사를 두고 그룹차원에서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이사 사장 직속 커뮤니케이션 부분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그룹 출신을 기용한 첫 사례다. 또 부사장급 전보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더불어 부사장으로 승진한 윤 전 주택사업본부장 인사도 눈의 띄는 대목이다. 윤 신임 부사장은 10년 만에 주택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사례다.

윤 신임 부사장은 현장 중심 경험을 도태로 그간 현대건설 주택사업 수주 질적에 기여해 왔다. 이번 승진 인사는 GS건설 등에 내준 국내 주택사업 점유율을 되찾아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현대건설 인사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업계는 현대차 임원이 윗선으로 오면서 건설산업으로 더 이상 키우기 힘들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GS건설 승계구도 구축… '오너 4세' 등장

GS건설 역시 최근 인사를 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허창수 GS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부사장이 GS건설 사장으로 승진하며 ‘오너 4세 시대’를 개막했다. 이로써 안정적인 경영승계구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대표로 있던 전문경영인 임병용 사장을 부회장 자리로 올려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임 부회장은 2013년 GD건설에 부임한 후 꾸준히 우상향 성장세를 이끌어왔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첫 영업 이익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더욱이 허 신임 사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GS건설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먹을거리 발굴을 이끌어 왔다. 사장에 오르고서도 신사업부문 대표 겸 사업관리실장을 맡게된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2020년에 허 사장 체제 하에 공장에서 주택을 제조해 현장에서 조립만하는 주택모듈을 비롯해 스마트팜, 인공지능(AI) 사업 등 신사업으로 침체된 업황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임원인사는 조직 운영의 큰 틀을 유지해 경영 기조의 지속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사업전략과 세대교체가 반영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7일 ‘재무통’으로 불리는 김형 현 사장 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EO 직속 신사업본부 안에 개발사업팀과 베트남 개발사업팀을 신설했고 주택사업과 재무를 책임지던 김창환 전무를 신사업본부장으로 배치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외 건설 경영환경을 양질의 수주를 통해 극복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반영한 것”이라며 “각 본부 부서들이 통합·분리·신설을 통해 조직 구조의 효율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도 같은 날 유영인 부사장을 포함해 전문 2명, 상무 4명, 상무보 9명 등 총 16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주목할 점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유영인 재무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 부사장이 재무를 책임진 이후 한화건설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M&A 전문가를 선두에…사업개편 나서나

호반그룹은 지난 3일 인수합병(M&A) 전무가로 통하는 우리은행장 출신 최승남 부회장을 그룹 총괄부회장과 호반건설 대표이사로 임명해 M&A를 통해 사업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부회장은 2015년 합류한 이후 울트라건설(2016년), 리솜리조트(2018년·현 호반호텔&리조트) 등을 인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계열사 수장으로 현대건설 출신 김진원 사장(호반산업), 삼성에버랜드 출신 장해석 대표(호반호텔&리조트) 등 관련업계 전문경영인들이 대거 발탁됐다.

올해 가장 먼저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한 대림산업은 건설 부문에서 9명의 부장급 인사가 임원으로 올라섰다. 임원 내 승진은 없지만 실무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위주로 임원진을 구성해 전문성을 강화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파격 인사를 단행한 데는 최근 국내외 건설업 업황 악화로 인해 살아남기 위한 조직 및 사업개편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인구 감소와 주택보급률 증가로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과거처럼 급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정부가 주도하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주춤 하면서 공공공사에 의존하던 사업방식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6% 감소한 약 140조 원을 기록한 전망이다. 더욱이 주택 등 민간수주는 전년대비 12.3%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각 건설사들마다 건설업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인사이동이 눈에 띄는 해”하며 “불확실한 업계에서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라고 풀이했다.

세대교체 바람 CEO 연임 가능성도 '물음표'

한편 연초 임기가 만료되는 건설사 수장들의 연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을 비롯해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안재현 SK건설 사장,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등이 2020년 초에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는 안재현, 김대철 사장에 대해서는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사장은 SK건설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5476억 원, 1692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6.7%, 5.9% 늘었다.

김 사장은 HDC현산 매출이 3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24% 증가했고 영업이익·순이익도 3883억 원, 3098억 원으로 지난해 비해 각각 79.22%, 92.92% 늘었다. 다만 HDC그룹은 당분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연말인사를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영훈, 김창학 사장에 대해서는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광호 사장은 아직 연임 여부를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사장이 이끌고 있는 포스코 건설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6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6.7%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60.5% 감소했다. 김 사장이 이끄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706억 원을 기록하며 11.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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