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1년 이상? 기간명시 못해
‘일시적 업무량 증가’ 특별연장근로

중소기업 주 52시간제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방침
노동부, 1년 이상? 기간명시 못해
‘일시적 업무량 증가’ 특별연장근로
▲ '중소기업 주 52시간제'에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속이 타고 있었고, 국회는 뒷짐만 진 셈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고용노동부가 탄력근로제 개선입법에 앞서 중소기업계가 겪을 현장 어려움과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한 보완대책을 1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에게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만 대기업과는 달리 대응준비가 부족하여 애로를 겪고 있어 “근로시간단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도록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행규칙 개정으로 현장애로 수습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크게 3가지 내용이다.

첫째, 50~299인 중소기업에게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는 1년 이상을 요구해 왔지만 발표문에는 명확한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 당초 준비문안에는 기간표시가 있었지만 청와대와 협의과정에 삭제되지 않았느냐고 관측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6개월의 계도기간이 주어졌다. 계도기간 내에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해도 처벌이 유예된다.

둘째,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확대한다. 그동안 현장조사 결과 주 52시간 초과 기업의 제도개선 요구는 돌발 상황 시 연장근로 허용(39.9%), 유연근로제 요건완화(32.6%), 준비기간 추가부여(20.6%), 외국인 근로자 쿼터확대(1.9%)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장애로를 반영하여 ‘일시적 업무량 증가’도 경영상의 사유로 인정하여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시행규칙에는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발생 시’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토록 규정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시행규칙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범위 확대는 제한이 있으므로 관련 법률 개정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셋째,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 및 관련 비용 최소화 지원방안을 강구한다.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신규채용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구인, 구직 ‘매칭’ 지원하고 현장지원단 조사를 거쳐 외국인 고용 허용한도를 일시적으로 상향 지원한다. (20%?) 또 해외동포 취업비자 허용업종도 서비스업 등으로 확대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는 국회의 탄력근로 제도개선 입법논의를 지켜본 뒤 진전이 없으면 시행규칙 개정절차에 착수하여 내년 1월중 시행토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경영숨통’, 민노총 ‘노동절망’ 규탄


고용부의 보완대책 발표에 대해 가장 절박하게 기대해온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가 거듭된 건의와 호소를 받아들여 경영상 숨통을 트게 됐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시행규칙 개정 아닌 법률 개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당초 반영된 1년 기간을 삭제한 점이 불만이다.

경총은 일시적 업무량 증가를 ‘경영상 사유’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장애로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이지만 “정부가 재량적 판단으로 인가 사유를 좌우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시행규칙 개정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률 규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계의 반응은 보다 강경하고 부정적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법이 통과된 지 1년 11개월이 지나서야 ‘보완대책’을 제시한 것은 정책의 무능이라 지적하고 특히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는 ‘제도의 무력화’ 의미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경영상의 사유’란 사용자측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이번 보완대책이 최저임금 시급 1만원 포기에 이은 노동시간단축 ‘개악’으로 문재인 정권의 ‘노동절망’이라고 규탄했다. 민노총은 또 이 보완대책은 ‘노동자와의 대결’ 선언이자 노동기본권의 무력화를 뜻하는 노동개악이기에 파업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각계의 반응을 보면서 정부도 52시간 근로제 관련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정황을 읽을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근로시간단축 관련 시장과 경영계의 거부감이 극심했기에 탄력근로제 개선 등 보완대책을 서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친노동 공약으로 집권했지만 경영계의 애로를 듣고 보완대책을 약속했었다.

결국 친노동, 반시장의 공약정책으로부터 시발된 문제였다. 친노동 공약은 좋지만 동시에 반시장 아닌 시장 친화적인 보완대책으로 노사균형을 도모했어야 마땅했던 것이다. 문 정권 들어 양대 노총의 세력이 강화되고 목소리가 크게 높아진 반면 경영계는 위축되어 할 말도 못하는 상황 아니었던가. 이제 정권의 임기가 절반을 넘으면서 시장과 경영계의 ‘유구무언’도 불만을 쏟아 내게 됐다.

근로시간단축제도 하에 노사자율이 원칙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공약을 이행하더라도 일방적, 일괄적, 동시 적용이 비현실적이었다고 비판된다. 업종별, 규모별 시장의 특성에 맞게 유연성 있게 시행하는 것이 너무나 순리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의 입장을 균형 있게 화합, 조정시키는 역할이 필수이다. 물론 이해가 마찰되는 사안을 두고 노사간 협의와 합의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쪽 입장만 옹호하는 정책이 성립될 수 있는가.

가령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하면서 연장근로 허용이나 유연근로제 도입 등은 거의 노사간 합의로 시행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정부가 노동계의 입장을 고려하여 손에 틀어쥐고 직접 규제하겠다고 생각하니 더욱 어렵고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닌가.

고용노동부 자료에 나타난 해외 사례로 보면 일본의 경우 재해 등 긴급사유로 인한 특별연장근로는 행정관청 허가로 한도 없이 허용되,고 예측하기 어려운 대폭적 업무량 증가도 노사협정으로 신고만 하면 1개월, 100시간까지 허용한다. 독일은 공공이익을 위한 긴급필요사안, 특정시기에 업무량이 많은 경우 감독관청의 승인으로 허용된다. 더구나 화재나 침수 등 특별사정이 있는 경우 별도 요건 없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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