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우리경제 위기론’ 일축, 선방론
경제실상 왜곡, 축소보고는 ‘불충’ 죄악

복장 터진다… 경제인식 오류
‘소득주도’ 개선기대 무산
청와대, ‘우리경제 위기론’ 일축, 선방론
경제실상 왜곡, 축소보고는 ‘불충’ 죄악
▲ 지난 13일(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사전질의 답변서에서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되거나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도 양적완화(QE)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8월 30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대통령의 현 경제상황 인식이 시장동향과 시중의 경제민심을 외면하면 어찌 되겠는가. 청와대 이호승 경제수석이 지난 13일 오후 경제상황 브리핑을 통해 “우리경제가 경기하강 국면에도 선방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수석은 “우리경제가 위기라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무책임하다”고 지적했으니 곧 언론보도를 탓하는 청와대 기류를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심… ‘복장터진다’ ‘기믹힌다’


청와대가 현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은 기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의미로 들린다. 이 수석은 단지 우리경제가 반도체 경기하락 및 세계경기 둔화 탓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는 경기 사이클의 순환과정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수석이 경기위기론의 확산을 경계하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전문 기관들이 우리경제의 극심한 저성장 기류를 지적하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가 외부요인만 탓할 뿐 기존 정책기조의 과오나 실패는 없다고 강변하는 것이 실로 무책임이자 국민에 대한 속임수 아닌가.

촛불정권 출범 후 처음부터 친노동 위주에다 반자본, 반시장 정책기조로 산업계와 시장이 요동치며 신음해온 것이 사실이다. 집권 2년을 넘기고 3년차에 접어들면서 이제나 저제나 정책기조가 시장 친화적으로 변화될 것인지 기대하는 측면에서 “우리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는 청와대 주장은 너무 실망적이라는 논평이다. 시중의 경제민심은 ‘복장 터진다’ ‘기가 막힌다’는 한숨으로 들린다.

역대 정권의 정책기류를 체험한 경제계에서는 “글로벌 경기하강 리스크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우리경제와 기업은 거의 버려진 자식 꼴”이라는 한탄을 쏟아낸바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J노믹스 설계자 역할을 했던 김광두 명예교수는 “이미 실물경제가 ‘골다공증’ 현상에 접어들었다”고 해석했다. 골다공증이라면 뼈가 부러질 수 있는 노후병 아닌가.

정부는 올 GDP 성장 목표를 아직껏 2.4~2.5%로 잡고 있지만 OECD와 AOB 등은 2.1%로 하향 전망한다. 또 외국 투자은행들은 1.9~1.8%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경제위기론을 일축하고 선방론을 내세우니 무슨 속셈인가.

소득주도성장 성공확신도 측근 ‘불충’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수석 등의 조언만 듣고 “우리경제가 총체적으로 성공하고 있다”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한바 있으니 바로 측근 참모들의 불충(不忠)이라고 해석된다.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껏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을 확신해온 모습이다. 최저임금 급속인상 후 자영업계와 시장의 아우성을 견디지 못해 전임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홍남기 현 부총리로 교체하면서도 대통령은 “기존 경제정책 기조는 불변”이라고 못을 박았다. 당시 경제수석 홍장표 교수도 해임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특위 위원장으로 전보했을 뿐이다.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교체 후에도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창출 성과를 늘 강조함으로써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 왔다. 대통령은 지난 8월 통계를 인용, 고용률 61.4%는 ‘통계작성 이후 최고’, 실업률 3.0%는 ‘역대 최저 기록’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상 속빈강정이자 국민 눈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신규 취업자가 전년비 45만2천명이나 증가했지만 86%가 60세 이상 노인 단기 취업이다. 또 30․40대 취업자는 연속 감소하고 제조업, 금융, 보험업 일자리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일자리 정부의 고용정책이 세금주도형의 ‘일하는 노인’ 늘리는데 성공했다고나 할까.

대통령이 경제상황을 측근 참모진의 ‘불충 충성’ 보고에만 의존할 경우 국민에게는 희망이 없다. 현행 경제정책은 근본이 잘못되어 대다수 경제주체들이 사기와 의욕을 잃고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아직은 이런저런 눈치로 조심하는 처신이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기업인들이 분노의 함성을 지를 수 있을는지 모른다.

경제실상 왜곡 보고는 불충 넘어 ‘대죄’


경제민심은 권력으로 억압할 때 숨을 죽이지만 결코 굴복하지는 않는 속성이다. 기재부 통계로 보면 지난 1분기 해외직접투자가 141.3억 달러로 역대 1분기 사상 최고, 2분기는 150.1억 달러로 전년 동기비 13.3%나 증가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로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부동산 등의 해외 ‘탈출투자’ 성격이다. 반면에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2분기 67억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38.1%나 감소했다.

한국 땅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소문 때문에 직접투자를 기피하기 때문 아닌가. 반면에 부자들이 은행이 주최하는 해외 투자이민 설명회에 몰려드는 현상도 친노동, 반기업, 반시장 정책노선에 대한 항명의 성격 아니겠는가.

집권 민주당 내 경제를 아는 의원 12명이 얼마 전 전경련을 찾아가 간담회를 갖고 “현 정부가 결코 노조 편 아니다” “경제난국 함께 풀어가자”고 했다가 노동계의 반발로 다음날 사과하고 말았다.

지난해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도 측근 참모 ‘불충 충성’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통계청 통계에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계소득이 전년비 8%나 줄어 빈부격차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당시 경제수석이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전체 근로자 중 최하위 10%만 소득이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조작했던 것이다.

조작 보고서는 자영업, 무직자 등 ‘근로자 외 가구’ 소득은 빼고 만든 것으로 통계청 외부로 인출이 안 되는 자료를 이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대통령은 최하위 10%만 소득이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보고 ‘긍정효과 90%’라고 국민 앞에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 측근이 이렇게 우리경제의 실상을 숨기기 위해 불충으로 보고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고 경제를 망치는 대죄(大罪)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