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절벽, “신차로 극복할 수 있나”…뒤이어 기다리는 ‘임팔라의 악몽

▲ 한국GM이 노사갈등, 판매하락, 신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국GM 노조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성실 교섭 기간으로 정하고 파업을 자제하는 중인 가운데, 카허카젬 한국GM 사장이 노조에게 교섭 재개를 제안해 노조가 받아들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10차 교섭이 8일 열릴 예정이다. 다만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가 뒤에 예고돼 있어, 교섭 결과에 따라 쟁대위 회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

카젬의 제안, 노사 갈등 마침표 찍을까?

지난달 30일 카허카젬 한국GM 사장은 노조지부장과의 독대를 요청해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전하면서, 메리바라 GM 회장이 참석하는 글로벌GM 경영자회의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전달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교섭에 응할 것을 사전에 요청한바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오는 8일까지를 성실교섭촉구기간으로 정하고, 철야 농성은 진행하되 잔업 및 특근 거부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해제한 상태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4일 부평공장으로 기자들을 불러 한국GM이 수용할 만한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서는 카젬 사장이 GM 본사에서 논의를 거쳐 들고 오게 될 제시안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카젬 사장이나 사측이 내일 열릴 예정인 교섭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가서 들어봐야 알 수 있다”며 “다만 교섭 결과에 따라서 내일 쟁대위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 절벽 만난 한국GM, 국내 완성차 ‘꼴찌’

이런 가운데 한국GM의 최근 내수시장 실적이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수입차 업체에도 밀려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월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4만982대를 판매한 현대자동차가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기아자동차가 3만8480대를 팔아 2위를 유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은 6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순위에 오른 것은 국내 기업이나 글로벌 인기차종을 보유한 일본 자동차 기업이 아닌 7707대를 팔아 6.5%를 차지한 벤츠로 사상 처음 3위에 올랐다.

벤츠의 판매량은 한국GM을 비롯해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를 제치고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무려 296.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에 이어 4위에 오른 것은 르노삼성으로 지난 한달 간 7311대를 판매했으며 쌍용차가 7275대로 5위를 차지했다. 한국GM은 4643대 판매에 그치며 6위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SUV 등 신차를 앞세운 현대·기아차가 1,2위를 지키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내수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그간 인기를 이어온 도요타 등 일본차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벤츠가 수입차 1위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내수시장 3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까지 노사 간에 긴 갈등을 이어온 르노삼성차도 최근 정책의 판도를 읽어 중형 SUV QM6 LPG 차량을 내놓으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면서 “과거 국내 완성차 업체 3위를 단단히 지켜오던 한국GM의 입장에서는 탄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했다.

지난 5월 이전만 하더라도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은 지금의 한국GM 노사 갈등을 견줄 만큼 골이 깊었으나, 이를 해소하고 정부 정책에 발맞춰 소비자 공략에 나선 르노삼성의 성장세는 한국GM에게는 깜짝 반전으로 보이면서 동시에 배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설명이다.

▲ 한국GM이 새롭게 내수시장에 들여오는 '트래버스'와 과거 내수 공략에 실패한 '임팔라'. (사진=이코노미톡뉴스)

‘트래버스’ · ‘콜로라도’ 내수 공략, 글쎄?

이와 관련 한국GM도 내수 시장을 위한 새로운 공략을 위해 대형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트래버스나 콜로라도는 이미 지난 2016년 이전부터 한국시장에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GM 본사로부터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차종이지만, 업계에서는 이제라도 두 차종의 한국시장 진입은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시장에 불고 있는 대형SUV 바람을 등에 지고 돛을 펼치는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긍정적인 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두 차종을 판매하고 한국GM이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한 문제제기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19일 9차 임단협 9차 교섭을 마친 뒤 한국GM 노조는 취재진에게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트래버스를 한국 시장에서 판매할 때 남는 수익은 카허카젬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2% 수준이라고 한다”며 “그마저도 로열티와 광고 및 기타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최종 수익은 1대당 3~5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안파느니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GM의 매출 원가율과도 관련이 있는데, 지난해 2월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한국GM의 평균원가율은 93.8%로 국내 완성차 현대·기아차나 비슷한 입장에 있는 르노삼성의 80% 수준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극복해야 할 임팔라의 악몽

그런데다 한국GM의 수입차량의 내수 시장 판매에는 극복해야할 악몽이 있다.

대형 또는 준대형으로 구분되는 임팔라의 경우 한국GM이 수입 판매를 시작하던 초기 소비자들의 반응과 판매 성적을 돌아보면 수개월간 주문량이 밀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국내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면서 고객들의 대기가 3개월에서 반년이 넘도록 길어지는 등 지연 출고가 이어지면서 기다리던 예약자들의 취소 사태와 함께 지금의 판매 부진이 도래됐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연간 1만대 수준 판매량을 달성하면 국내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며 합의서 싸인도 했는데, 1만대가 넘어가니까 3만대 이상 팔리면 생산하게 해주겠다고 말을 바꾸더라”고 말했다.

알려진 바로는 현재 3000대 정도 트래버스 차량이 평택항에 대기하고 있다. 월 500-600대 수준이면 호실적이될 것이라는 예상치를 넘어 1000여대를 넘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한국GM이 물량이 부족해 트래버스 등 두 차종에 대해 소속 직원들에게는 해당 차량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어 과거 임팔라의 악몽이 다시 한 번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업계는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편 한국GM 관계자는 “실제로 기대를 넘어서는 판매의 흐름을 나타내는 징조를 보이고 있어 사전계약 추이를 지켜보면서 물량을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시장 수요 관련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쪽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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