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원’ 아닌 개별의원 12명 행사다
친노동 정책기조에도 양대노총 눈총

전경련 간담 후 ‘다음날’ 사과
정권기반 노동계가 무서워?
‘당차원’ 아닌 개별의원 12명 행사다
친노동 정책기조에도 양대노총 눈총
▲ 25일(수),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귀를 열다! 주요기업 현안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모두발언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bnomyTalk News, 이톡뉴스)] 집권 민주당이 경제난을 걱정하며 전경련을 방문한 ‘1일 민생행보’를 보였지만 단 하루 만에 노총을 향해 ‘오해 마시라’는 요지로 사과했으니 촛불정권의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눈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짐작케 한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 12명이 지난 25일 전경련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문 정부가 결코 노조 편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바로 다음날에는 “오해가 될 만한 발언이 있었다면 정식 사과 드린다”고 해명했다니 ‘친노동 촛불정권’의 위상을 짐작할만 하지 않는가.

전경련 간담회 하루만에 노동계에 사과


전경련은 문 정권 출범과 동시에 국정농단 사태의 ‘부역세력’으로 지적되어 ‘친재벌 조직해체’ 압력을 받아 왔다. 이어 청와대와 집권당 관련 초청행사에도 늘 제외되어 왔다. 문 정부의 친노동, 반재벌, 반시장 정책기조에 비춰 봐도 전경련은 개혁의 대상이기에 대화 파트너가 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우리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져 허덕이고 ‘조국사태’로 민심이 악화되자 민주당 내에서 경제를 생각하는 의원 중심으로 전경련을 방문, 대화한 모양이다. 전경련은 당․정․청의 철저한 외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미관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조직과 인맥을 통한 민간외교 노력을 꾸준히 보여 왔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원욱 수석부대표를 비롯하여 민병두 정무위원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최운열 정책조정위원장 등 12명으로 당내 비중이 높은 의원들이다. 전경련 측에서는 권태신 상근부회장, 배상근 전무 등이 집권당 의원들을 맞아 “모처럼 얼굴을 맞대고 정책소통 할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한껏 반겼을 것이다.

민주당 측은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대표들도 초청, 삼성․현대차․SK․LG 등도 부사장 급이 참석하여 총 14개 그룹 대표와 간담회가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측에서 “어려운 경제환경에도 기업 경쟁력 제고에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존경과 신뢰를 표한다”는 덕담을 건넨 것으로 보도됐다. 반면에 ‘유구무언’이던 전경련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관해 의견을 제시했을 것이다. 전경련은 문 정권 출범 후 법인세 인상 역주행, 소득주도성장 정책, 최저임금 급속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관해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많았을 것이다.

친노동 정권도 강성 노동계 ‘두려워’하나


이날 간담회 결과 민주당 측이 재계에 보낸 가장 큰 메시지가 “문 정부가 결코 친노조 편 아니다”라는 요지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민주당 측이 ‘노조편 아니다’라는 발언에 오해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며 사과했으니 무슨 내막이 있는 것일까.

참석자들을 대표한 이 원내수석부대표가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니 알만한 일이다. 집권당도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의 강성 목소리를 달래기가 벅차다는 입장 아니겠는가. 이에 민주당 측이 이날 간담회가 “당 지도부 차원의 행사가 아니라 개별의원 차원이었다”고 말하고 “간담회 성격도 전경련이 주체가 아니라 주요 기업인들과 만남”이라고 해명했으니 참으로 ‘궁색한 입장모면’용 아니고 무엇인가.

간담회에 참석한 최운열 의원의 경우 유명 경제교수 출신으로 지나친 친노동, 반시장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제시해 왔었다. 최 의원은 노사정 대타협, 노동시장 개혁,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노동시간 단축 관련 보완대책 등을 강조했다.

반면에 당․청 입장에서는 ‘조국사태’ 하의 민심 수습 등을 고려하여 무엇보다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반발을 가장 두려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대 노총 가운데 한국노총은 민주당과의 정책연대 관계지만 지난 대선공약인 ‘노동존중사회 건설’의 후퇴를 지적하며 민노총과 함께 ILO 핵심협약의 무조건 비준동의를 압박하고 있다. 이보다 더욱 강성인 민노총은 문 정권 들어 조합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여 제1노총의 지위를 확보한 후 사사건건 친노동 정책의 후퇴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민노총은 재벌해체 수준의 개혁을 촉구하고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재구속,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반대 투쟁 등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전경련과 대화했다는 모양새가 노동계로부터 즉각 반발을 사게 되어 있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재벌 후원 요청했었다


전경련이 문 정권으로부터 해체압박을 받은 것은 회원사들의 전 정권의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출연으로 국정농단에 부역했다는 일방적인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 재단 출연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기조에 따른 ‘한류문화의 글로벌화’ 참여로 역대 정권 차원의 국정기조 협력 수준이었다.

문 정권도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전경련을 통해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전경련이 마련한 ‘후원기업 행사’에 참석 축사했다. 당초 올림픽대회 유치에 이어 조직위원장으로 헌신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도중에 물러나 수차례 압수수색 등 고통 속에 병마로 타계했다. 고인은 한․미관계 발전 유공으로 올해 밴 플리트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오는 11월 뉴욕 시상식에서 고인의 장남 조원태 회장이 대신 수상할 예정이다. 밴 플리트 장군은 6.25 당시 8군 사령관으로 김일성의 남침을 저지한 친한형 장군이다.

이밖에도 일자리 정부의 실적 제고를 위해 대통령과 집권당이 앞장서서 삼성, SK, 롯데 등 주요 그룹에게 국내 투자를 적극 권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또한 문 정권의 정책기조를 향한 “재벌그룹 동원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반재벌, 재벌개혁을 말하다가도 필요에 따라 협력을 요청하니 ‘내로남불’로 비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실은 전경련 회원사들의 전 정권 문화정책 참여를 ‘적폐’로 규정한 것이 잘못이었을망정, 민주당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전경련과 대화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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