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4대 시중은행이 실적을 두고 앞 다퉈 경쟁을 벌이는 사이 해외국채금리 연동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 KB국민은행과 3, 4위전에서 경쟁을 펼치는 KEB하나, 우리은행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권과 금융권이 DLF로 떠들썩한 가운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어 고객 이탈이 일어날 경우 수혜주로 등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가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만기 수익률 산정 기준이 되는 지난 20일 미국 CMS 5년 물 금리(1.586%)와 영국 CMS 7년물 금리(0.776%)를 적용하면 손실률은 쿠폰금리를 포함해 46.6%가 된다.

이에 따라 1년 만에 투자금이 반토막이 난 상황이 됐다.

해당 펀드 설정 당시 두 금리를 기초 가격으로 해서 만기 시 두 금리 중 어느 하나가 기초가격의 일정 수분(배리어)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그나마 기초 자산이 되는 두 금리가 이달 들어 반등하면서 손실이 줄었다. 두 금리가 연중 최조 수준에 떨어졌을 때 손실률은 70%에 가까울 정도다.

우리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까지 처참한 손실률을 기록하면서 돈을 잃은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도 반토막…향후 전망 더 어두워

더욱이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DLF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이달 들어 각국 금리가 반등하기는 했지만 향후 전망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독일 중심의 우럽 경제에도 부정적인 전망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9일 경제협력기구(OECD)의 경제 전망에서 2020년 유로존 성장률(1.0%)은 지난 전망 대비 0.4%포인트 내려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 부양을 목표로 지난주 예치금리(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적용되는 금리)를 –0.5%까지 내렸다. 이처럼 경제 위기감이 확대되자 채권 수요가 늘어나며 금리는 더 내려가고 있다. 실제 9월 중순 –0.7%대에서 –0.4%대까지 반등했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들어 –0.5%로 다시금 하락했다.

미국 5년물 CMS 금리는 1.68%(13일 기준)에서 1.58%(20일 기준)으로, 영국 7년물 CMS 금리는 0.85%에서 0.77%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당장 오는 24일 만기를 맞는 독일 금리 DLF 슌실률은 지난 19일 만기 상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23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이날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한 자리에서 “펀드 손실과 관련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을 고객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면서 “향후 전개될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객보호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우리은행은 평가제도, 조직·인력, 프로세스 등 시스템 전반을 개편해 고객 자산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을 위해 적극 응대하겠다는 입장은 수차례 밝혔다”면서도 “이번 손 행장님의 의지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해서 결론이 나오게 되면 적극 수용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관계자는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면서 고객이 응할 경우 분조위 결과(권고)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KEB하나은행은 우선 금융감독원과 분조위 조사를 충실히 마친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만기 시점이 우리은행보다는 다소 여유러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투자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해외 국채금리 파생결합편드의 경우 신한은행은 2017년 관련 DLF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전 누적 판매금액도 80억 수준에 그쳤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논란이 된 국채금리 연계 DLF와는 다른 성격의 상품을 팔았다. 이들은 금리가 내려가면 수익을 얻는 리버스 상품이다. 이들은 이마저도 262억 원 가량을 판매한 이후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금리 변동성 리스크가 증가했다고 판단해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타 은행보다 엄격한 WM상품위원회를 운용하고 있다”면서 “위원들 중 상당수가 외부인사로 이루어질 정도로 권한을 확대한 것이 DLF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때문에 DLF 파문이 은행권을 흔들었지만 신한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 등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KEB하나은행의 투자 전락 실패로 이에 실망한 상당수의 이탈 고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DLF사태…고객이탈 변수될까 '노심초사'

해당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사 은행과 장기간 거래를 해왔던 고객들로서 실제 이탈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가 된 일부 고객을 제외하고서는 나머지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수의 고객이 이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고객들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이 사라지게 됐다. 우리은행 위례점의 경우 대다수 피해 고객이 토지보상금을 받은 분들로 알려져 있다”고 전하며 대대적인 이동은 아닐지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DLF 사태가 다음달 열릴 예정인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대 이슈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다음달 4일과 8일 각각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상대로 국감을 진행한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과 DLF 손실 사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조 잠관 가족 사모펀드 의혹의 경우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는 관계로 DLF 사태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돼 은행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은행권은 다음 달 초 금감원이 발표할 DLF 합동검사 중간발표에 따라 이번 국감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은성수 귬웅위원장과??nbsp;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합동검사가 진행 중이라 당장 섣불리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0월 초 국감 직전에 합동검사 관련 중단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측은 수장인 행장이 국감에 출석할지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정무위 여야 간사는 증인 명단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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