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교보생명이 삼성생명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생보부동산신탁(생보신탁)에 대해 지분인수를 통해 완전 자회사로 전환한다. 이로 인해 단독경영을 모색하게 되면서 중하위권 부동산신탁 업계의 재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최근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해 우리금융지주, 증권업계도 진출을 서두르는 등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눈독을 들이고 있어 경쟁과 규제로 다소 흐린 업황에도 불구하고 황금알로 받아드려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꾸준히 매각을 추진해온 삼성생명은 보유중인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50만 주)를 합작사인 교보생명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격은 1100억 원이다.

생보신탁은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공동 경영하는 부동산 신탁사로 업계 8위다.

앞서 교보와 삼성 흥국생명은 1998년 자본금을 출자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흥국생명이 보유 지분 10%를 처분하면서 2001년부터 교보·삼성 공동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당초 삼성생명은 중복사업 정리 등을 이유로 생보신탁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삼성SPA자산운용을 이미 100% 자회사로 갖고 있다.

이에 지분을 교보생명에 매각하려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2017년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한 달 영업 일부 정지라는 징계를 받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행 규정상 업무 정지나 시정 명령 이상의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는 제재일로부터 3년간 다른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교보생명을 제쳐주고 신한금융, 현대산업개발 등에 지분 매각을 타진했었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다. 생보신탁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교보로부터 단 1주라도 받아야 하지만 교보생명이 이를 거절하면서 무산된 것.

답보상태가 이어지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교보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유권 해석을 수신하면서 물꼬를 트이게 됐다. 금융당국은 지분 50%를 이미 보유한 자회사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는 것이 최대주주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교보생명의 생보신탁 지분 추가 인수에 대해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생보신탁 지분문제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삼성생명도 교보 이외에 적당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여서 지분 매각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에 생보신탁 지분매입이 완료되면 교보생명의 부동산신탁업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생보신탁은 국내 부동산신탁사 중 모 회사의 영향을 받은 보수적인 영업으로 사업 확장이 다소 더딘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알자배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생보신탁의 지난해 순이익은 282억 원으로 3년 전인 2015년 122억 원 보다 2배 넘게 늘었다.

또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지난해 기준 27%로 업계 4위고 현재 보유중인 현금과예치금만도 864먹 원에 이른다.

여기에 교보생명 완전자회사가 완료되면 그간 양분돼 있는 등 복잡했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화될 수 있어 사업 확대에도 한층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진력 얻은 생보신탁…업계 재편되나

이처럼 생보신탁이 한층 탄력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여 부동산신탁 시장 역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부동산신탁시장은 그간 11개사 독과점 형태도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올초 금융당국이 추가 인가에 나서면서 신영투자신탁, 대신자산신탁, 한국투자부통산신탁 등이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이들은 지난 3월 예비인가를 받은 후 오는 9월 본인가 승인을 받고 10월부터는 영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부동산신탁사를 보유하지 못했던 시중 금융지주들이 신규인가에서 인수 합병(M&A)으로 방향을 틀면서 대거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0월 아시아신탁의 지분 60%를 1934억 원에 인수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4월 국제자산신탁 지분 51%를 확보하기로 하고 유재은 회장 측과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지난 6월 24일 지분 인수를 의결한 바 있다.

이처럼 금융권이 속속 부동산신탁업에 뛰어드는 데는 비교적 건실한 수익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순이익은 5077억 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시중 금융지주들은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신탁업이 황금알을 낳아줄 지는 미지수다.

2009년 이후 11개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쟁이 다른 업권보다 낮았고 부동산 경기 호황 등의 영향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현 정권이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경쟁마저 치열해져 자칫 저가 경쟁으로 인한 수익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일부 부동산신탁사들은 지방발 미분양에 곤욕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실적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2014년 1481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매년 50%, 77%, 28.3% 증가하다가 지난해 0.6% 성장하는데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의 수익성과 관련성이 높은 부동산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단기적으로 부동산신탁시장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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