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수출 심사를 면제하는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에 영향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0.37%(500원) 오른 13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 대부분을 보합권 밑에서 움직이던 현대차 주가는 장 마감 직전 노조와 팰리세이드 증산 합의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번 달에만 4.29% 하락하면서 상반기 오름세를 조금씩 내어주고 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2.05% 떨어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 개월간 자동차로 다소 몰린 수급이 한·일 무역분쟁을 계기로 분산 중이고 파업으로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부각되며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가 하락의 요인은 또 있다. 자동차 산업이 일본 수출 규제의 두 번째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조만간 일본은 대일의존도가 높고 우리나라의 수출에 영향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제재를 통해 한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첫 번째 공격의 타깃이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였다면 다음은 자동차·기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자동차·기계 산업들은 반도체에 비해 글로벌 공급 사슬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 국제사회의 비판도 피할 수 있다”며 “향후 협상 재개 시 우위를 점하려는 전술적 목적도 겸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日, 韓 화이트리스트 제재 초읽기

앞서 지난 12일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는 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나 첨단기술 등 전략물자를 해당국에 수출할 때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국가 목록이다. 현재 화이트리스트에는 미국·독일 등 총 27개국이 포함돼 있다.

일본은 18일 자정까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한 한국정부의 회답을 기다리겠다고 했으나 외교부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청구권협정) 3조는 협정의 해석·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을 경우 해결을 위한 절차다. 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 직접 지명 위원 중심의 중재위원회 구성, 제3국을 앞세운 중재위 구성 등 3항을 절차로 두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9일 한국정부에 외교상 협의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5월 20일 직접 지명을 통한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다. 한국정부의 계속되는 무응답에 일본은 마지막 단계인 제3국을 통한 중재 교섭안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설정한 일정에 구속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한국의 답변이 없을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의견 수렴 기한인 오는 24일 이후 공포한다. 개정안은 공포 후 21일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돼 빠르면 8월 15일 이후부터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공급 차질 장기화…GDP 감소 불가피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정한 수출 통제목록 내 1700여 개 물자에 대해 수출 지연 등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연구원은 “일본에서 조달하는 일부 자동차 부품이 있으나 대체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공장 기계설비 쪽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기계, 자동차, 통신설비 생산에 필요한 첨단소재, 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급 차질이 하반기 내내 장기화되거나 자동차, 기계, 철강 등 광범위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 감소로 생산량이 10% 줄어들 경우 GDP는 최대 0.8%p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이를 제외할 경우 실적에서는 신차 효과 및 플랫폼 변환의 확대로 구조적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신차 효과에 따른 믹스 개선 및 가동률 증가로 자동차 부문이 개선되고 있고 재고 부담을 낮춘 상황에서 출시되는 신차 확대는 향후 인센티브 축소와 함께 잔존가치 상향, 금융법인의 수익성 개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플랫폼 변환이 확대되며 원가 부담도 점차 낮아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올해뿐만 아니라 이후로의 장기적 실적 개선의 가시성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연비 규제 위반 벌금 완화 조치도 업계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연비 규제 위반에 따른 벌금 부과 금액을 약 60%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시장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중소형 세단 위주의 차량 판매로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연비 상위 그룹에 속해 있었으나 SUV 판매 늘어나 규제 목표치에 미달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며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차량 판매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잠재적인 벌금 부과의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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