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 ‘한국에 관한 수출 관리상의 분류 재검토’ 고시
산업통산자원부, WTO제소 위한 방안 마련 및 첫 관문 열어
정부, 향후 5년 간 6조원 규모 투입 100대 소재 부품 개발 계획

▲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성 경제조치로 반도체 소재부품 핵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우리정부가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부품 한국 수출 강화 조치에 대응코자 WTO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번째 관문을 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들어간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자명한 경제보복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게 수출하고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 가운데 핵심 부품 3종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정부의  보복성 경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정부, 경제보복 조치…반도체 핵심소재 3종 수출 관리대상

이전까지 한국은 일본과의 우방국 범주인 ‘화이트 국가’에 포함돼 이들 제품 같은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 품목은 간소한 절차만으로 수입이 가능했으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사실상 일본이 해당 목록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해 전략품목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관한 수출 관리상의 분류 재검토’라는 문건을 통해 “불화폴리아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등을 수출 허가 포괄 신청 대상에서 개별 심사 대상으로 바꾼다”고 지난 2일 고시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 관계자는 이코노미톡뉴스 취재진에게 “WTO제소와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다자적인 자유무역에 기반한 WTO 협정을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WTO에 제소한다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1년여의 시간이 걸리므로 그 때까지는 일본이 원하는 조치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일본이 지금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의 수출 관련 경제보복조치가 WTO 제소 결과 잘못된 것으로 판정이 나더라도 그 판정이 있기까지 약 1년간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소재부품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 삼성전자, 대응책은? 국내 소재부품 기술력 부족

이에 대해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기업 가운데 하나인 SK하이닉스는 일본정부의 이번 조치에 포함된 소재 부품이 중요한 품목이기는 하나 현재 10나노급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의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반도체의 발전에 따라 소재부품 수급의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향후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대응책은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오는 2022년 이후 120조원규모 투자로 조성하게 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50여 곳 이상의 소재부품을 비롯한 부품 협력사들이 함께 입주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인 전략으로 볼 때 향후에는 자체조달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일본의 이번 경제보복 조치가 어느 단계까지 흘러갈지 알 수 없는데다 정치적 갈등 이슈가 전제된 만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의 확장을 선언한 만큼 이번 조치에 따른 타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만반의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내놓고 있다.

중국공장의 경우 대부분 중국내수 소비 물량에 그치므로 기흥, 평택, 화성 등 국내 주력 공장이 향후 재고 소진 시 부품 수급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핵심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활성화를 통해 이를 대응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과 품질이다. 지금의 기술력으로 당장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에 필요한 소재부품을 제공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및 산업자원부 등 정부부처는 대일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의존도를 낮추는데 노력해 왔으며, 연간 1조원 투입 및 향후 5년간 6조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해서 100대 소재 부품 및 장비 등 기술 개발 계획을 진행 중이다. 해당 계획은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WTO결정이 있기 전까지 일본정부의 이번 조치 철회 가능성은 전혀 없고, 일부 비판을 감수 하면서 다가올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현 정권이 압승한다면 ‘한국때리기’ 학습효과로 다양한 보복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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