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G20 앞두고 북과 작전회담?
황제의전 영접에 '항미원조'식 메시지

북·중 우의는 '불패'의 관계
비핵화 '안보지원' 공개약속
시 주석, G20 앞두고 북과 작전회담?
황제의전 영접에 '항미원조'식 메시지
▲ 20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방북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2번째)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왼쪽)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2번째)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관람 중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북의 비핵화가 오리무중일 때 중국 시진핑 주석의 첫 국빈 방북을 맞아 북이 최고의 ‘황제의전’으로 영접한 장면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20일 오전, 집권 후 처음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북한 안보와 경제를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力所能及)고 약속하고 김정은은 “북․중 관계는 불패(不敗)의 관계”라고 응답했다는 요지다.

시 주석, 북 ‘안보우려’ 적극 돕겠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차례나 중국을 방문 시 주석을 만났지만 이날 5번째 만남으로 국빈 초청에 성공한 것이다. 또 시 주석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진행 중에 있고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눈앞에 다가와 곧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방북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있을 것이다.

또 남한정부가 시 주석의 방한을 간절히 희망했지만 이를 거부한 채 북한부터 방문한 것이 트럼프와 정상회담에 앞선 어떤 ‘작전회의’ 성격은 아닐까.

미국은 시진핑과 강력한 무역전쟁을 수행하면서 김정은에게는 친서를 접수한 후 대화와 제재의 양면 카드를 구사하는 모양새다. 이때 시 주석이 북의 비핵화 입장을 적극 돕겠다는 공개 메시지를 G20 개막 전에 띄운 셈이다. 이는 비핵화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깨우쳐 줬다고 본다. 시 주석이 나중에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북한을 먼저 방문하여 중․북 관계를 과시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이날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김 정권의 수뇌부 일동을 몽땅 동반하여 공항 영접했다. 화면을 통해 보니 1만여 꽃송이를 흔드는 환영인파가 ‘조․중 친선 만세’를 외쳤다.

시 주석은 김정은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예포 21발의 국빈예우를 받았다. 이어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보관되어 있는 북의 성지인 ‘금수산 태양궁전’에서 사상 첫 국빈 환영행사를 가졌다. 이날 시 주석 환영행사에는 평양시민 25만 명이 동원됐다고 하니 이 또한 사상 최대라는 기록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시 주석 방북 특집호를 통해 한 달가량 의전행사를 준비했던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G20 앞두고 ‘항미원조’식 메시지


시 주석이 이날 오후 정상회담에서 “북의 안보우려를 적극 도와주겠다”고 다짐했으니 김정은이 가장 절실하게 바라던 공개 약속이었다. 이에 김정은은 “지난 1년간 조선반도 정세 제어를 위해 많은 조치를 취했으나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중국과의 협력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결국 트럼프에게 보낸 메시지 성격으로 들린다.

이날 시 주석은 “사회주의 국가가 중․조 관계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양국 우의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시 주석은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양국이 나아갈 길이 ‘북․중 우의의 노래’에 있다”고 지적했으니 무슨 뜻인가.

이 노랫말은 “우리에겐 위대한 우의가 있고, 우리에겐 공동의 이상이 있고, 우리의 단결은 비할 바 없이 강하다”는 대목이 핵심이다.

6.25 때 중공군이 참전한 ‘항미원조’(抗美援朝) 메시지가 생각난다. 김일성의 남침전쟁이 낙동강 전선까지 갔다가 맥아더 장군의 반격이 압록강변에 도달했을 무렵,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여 조선을 돕겠다’며 참전했었다. 최근 미국과 힘겨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항미원조’ 정신으로 G20에서 트럼프와 회담하겠다는 취지가 아닐까.

마치 북의 비핵화 관련 한․미․일 3국 동맹체제에 맞서 북․중․러 3국 동맹식 신 냉전체제 구도까지 각오한 형국이다. 이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한 외교환경 변화인가.

문정권의 졸속외교, 반성, 재고사항들


중북 관계의 새로운 밀착 속에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한․중 관계를 새삼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지금껏 문 대통령이 보여 온 한반도 평화체제 가동, 정착론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북의 비핵화를 너무 용이하게 보고 계속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 개성공단, 백두산 관광 재개 등 성급한 기대는 헛꿈 아닌가.

북의 김정은은 아직 어린 나이의 ‘세습권력’으로 볼 수 있지만 5년 단임 문 대통령보다 이미 노련하고 계산속에 밝은 협상력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숱한 조급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김정은이 쉽게 응답 한마디 없는 것이 무슨 뜻일까.

이에 비해 강경화 외교장관이 ‘초보적’ 아마추어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미동맹, 한일관계가 비정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강 장관의 역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G20 정상회의가 눈앞에 다가 왔지만 아베 수상은 문 대통령과 회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럴 때 강 장관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한․일 양국 기업 출연으로 ‘피해자 기금’을 조성하자고 불쑥 제안했으니 일본이 1시간에 거부 통보했다.

고노다로 일 외상이 “한국측 제안은 양국 간 법적 기반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청구권 협정 위반임을 지적한 말이다. 이어 제3국에 의뢰하여 ‘중재위’를 구성하자고 역 제안했다. 양국 기업 출연기금은 당초 일본측 제안이었지만 청와대가 즉각 일축해 놓고 뒤늦게 G20 눈앞에서 아베 수상과 회담용으로 제안했으니 일본이 받을 수 있겠는가.

문 정권의 졸속외교, 김정은을 향한 과잉신뢰 대북정책은 즉각 재고, 새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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