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하반기 부터 한진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KCGI 일명 강성부 펀드가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추가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진그룹 삼남매가 경영권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KCGI의 행보에 따라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는 지난 15일 ‘KCGI 제1호의5 사모투자합자회사’ 설립 등기를 마쳤다. 이 회사는 이 펀드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한 투자 활동에 사용할 예정으로 펀드 규묘는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는 이유는 KCGI가 등기를 마친 날이 공정거래위원장이 한진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정한 날과 같다.

조 회장은 지난 15일 총수로 최종 지정되기 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공정위원회에 총수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회장으로 선임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더욱이 공정위에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도 파열음은 계속됐다. 공정위는 한진이 동일인 지정을 위해 조 회장을 차기 동일인으로 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으로 요청했고 조 회장이 아닌 조현아·현민 자매로 총수를 지정할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마감일까지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외한 채, 조 회장이 총수가 될 경우에 대한 자료들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는 직권으로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조 회장 우여곡절 끝에 동일인 '지정'

이처럼 한진그룹은 총수 지정을 놓고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면서 향후 3남매간에 더욱 시끄러워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조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조현민 자매는 각각 2.34%, 2.31%, 2.3%에 불과한 지분을 갖고 있다.

故 조양호 회장의 지분은 17.84%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분 5.95%를 물러 받게 돼고 3남매는 각각 2.96% 씩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룹 경영권을 놓고 가족 내부에서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대주주인 KCGI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 14.98%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에 새로 조성한 펀드를 통해 추가로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진칼의 현재 시가총액이 2조50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1000억 원이면 한진칼 지분 약 5%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15%를 넘게 되면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 투자자 등 자금출처가 드러날 위험이 있어 추가 자금을 계열사로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이 한진칼을 장악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상속을 받아도 6.3% 수준에 그치는 지분으로 총수에 오르기는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이 가족들 간의 이견이 나오고 있어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KCGI가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마저 고공행진하고 있어 조 회장이 지분을 확대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해 1만 원 후반에서 2만 원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KCGI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3만 원 때까지 올랐다.

주가 급등 조 회장 지분확대 여려움 '가중'

이후 주주총회 표대결이 무산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조양호 회장이 사망한 이후 4만 원대 까지 오른 상태다.

한진칼에 주가에 대해 증권가는 더 상승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한진칼 주가는 이미 과열국면에 진입했지만 KCGI의 지분 매입에 따른 경영권 분쟁 기대감, 조양호 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1등 국적항공사 가치 부각 등의 이유로 추가로 상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KCGI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지분 확대를 통해 한진가에 대한 압박 공세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최근 조 회장이 KCGI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회장이 적과의 동침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 측은 전화로 “상속 문제가 마무리된 이후 경영파트너로서 만나자”며 유화적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행보에는 조 회장이 상속을 받아도 남매간 몰아주기가 합의되지 않으면 KCGI의 14.95%를 넘어설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자 차선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내년 주총에서 KCGI가 우호지분을 확보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조 회장이 KCGI와 손을 잡게 되면 가족들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경영권 장악을 노릴 수 있게 된다.

KCGI 백기사, 총수일가 지배구도 '재편'

이에 KCGI가 백기사가 또는 흑기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이에 대해 양측 모두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다만 KCGI가 내년 총선을 통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어 양측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KCGI가 삼남매 중 누구가와 손을 잡게 된다면 상속 이후 총수일가의 지배구조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총수일가 전체와 대결 구도를 만들어 간다면 한진그룹의 지배구도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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