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압박 수위 높여, 전환배치 부서장 징계 및 보상금 500% 요구

▲ 재개된 르노삼성자동차의 임단협 교섭 결렬에 노조가 파업 확대를 경고하며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부산지역 사회는 좌절에 빠져들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노조가 또 파업에 들어갔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르노삼성과 노조의 임단협 교섭은 파국으로 치닫고 부산지역 협력업체들은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노조는 지난 9일 제 25차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자 이날과 오는 12일 각각 부분파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르노삼성차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지난달 기준 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간 협상을 이어오고 있는 르노삼성 임단협 교섭에서는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지난해 말 출범한 노조집행부는 르노삼성과의 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팽팽한 줄다리기, 지역경제 나몰라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재계됐던 임단협 본회의에서 협상은 결렬됐으나 당시 의미 있는 접근을 통해 서로 간의 의견 차이를 줄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부터 부산광역시 차원에서 협상 중재를 위한 의지를 보이며 오거돈 시장까지 나서서 이들의 물밑 교섭을 통한 조율을 추진하는 듯 했으나, 노사 간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에 따른 지역 협력업체들은 물량이 줄어 매출이 떨어지면서 직원들 급여를 우려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부산광역시 관계자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부품사 등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부산·경남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이들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90% 이상 르노삼성 부산공장으로 납품을 하고 있는데,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중단이 이어지면서 부품 주문량도 절반 이하로 떨어져 문을 닫을 지경이다.

이에 따라 부산상공회의소는 성명서를 내고 노사문제의 조속한 해결로 부산 지역 경제가 입을 타격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며, 부산시와 부산고용노동청까지 나서서 이들의 갈등의 골을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역부족이었다.

노사 간 갈등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난달 이뤄진 교섭에서 르노삼성이 노조의 의견을 일부 수렴해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지급 등의 합의점을 내밀었으나, 노조가 전환배치 등의 문제를 추가 합의 사항으로 새롭게 들고 나오면서 결렬됐다.

노조의 주장은 작업 전환배치 합의 요구와 신규 직원 추가 200명 및 표준 생산량 감소 등이 었으나 르노삼성은 자동화 공정에 수백억이 투입된 만큼 노동강도는 줄었으며, 인사 및 경영과 관련된 부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후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닛산 로그 물량에 대해 닛산 측이 당초 10만대 생산 계획을 6만대로 줄여 생산키로 믈량 조절을 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닛산 로그 생산이 오는 9월을 끝으로 일본 닛산 공장에서 생산키로 결정되면서 연간 21만대 규모의 생산 물량을 확보하던 부산공장의 생산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닛산 로그 빠지는데 추가요구? 자폭하는 부산공장

업계 전문가들은 닛산이 르노와 대립각을 세우며 로그를 자국에서 생산키로 결정해 부산공장으로부터 생산 물량이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향후 르노 본사에서 부산공장에 생산물량을 채워줄 지에 대한 부분이 더 큰 고민이라며, 지속된 노사 갈등은 자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날 열린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노사 간 집중교섭은 이런 상황에서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중요한 기회로, 지역 사회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또다시 결렬되면서 협력업체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은 아연실색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노조는 지난달부터 요구해온 ‘신규 직원 채용 및 시간당 표준 생산량 감소’에 추가로, 일방적 전환배치에 따른 ‘부서장 징계 및 작업자 보상금 500%와 위로휴가’를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지난달 이뤄낸 일부 합의안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르노삼성도 단호한 입장을 표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어떤 기업도 인사권이나 경영권을 합의사항으로 내놓지 않으며 노조가 주장하는 부분은 협상을 통해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노사 협상은 결렬됐고, 노조는 이날부터 진행 중인 부분파업에 이어 전면파업 및 옥외 투쟁 등으로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남지역 르노삼성 협력업체 관계자는 “부산 경제만 문제가 아니고 경남도 난리가 났다”며 “절망적이다. 어차피 문을 반은 닫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마음 같아서는 이 참에 완전히 닫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들이야 몇 달이 지나서라도 합의 하면 끝이라고 하겠지만, 몇 달 동안 우리 공장 직원들 월급은 누가 내주는 거냐”며 하소연했다.

르노삼성 관련 협력업체는 부산지역 30곳 이상, 경남지역 60여 곳으로 종사자는 1만2000여명에 연간 매출규모는 약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한편 그간 르노삼성 측을 대표해 부산공장 노조 측과 협상을 이어오던 이기인 제조본부장이 이번 교섭을 끝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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