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송영중 부회장 언행 '내부경악'
손경식 회장, 사무국업무 직접 관장

'친노동' · '양노총' 전성시대
경총, 회장단 리더십 유고
'낙하산' 송영중 부회장 언행 '내부경악'
손경식 회장, 사무국업무 직접 관장
▲ <사진제공@KEF>

동계의 대화․협상 파트너로 경영계를 대변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 리더십이 흔들리는 유고사태다. 경총은 관료 출신 박병원 회장, 노동경제전문 김영배 상근부회장이 동시 사퇴한 후 CJ그룹 손경식 회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했지만 고용노동부 출신 송영중 상근부회장이 ‘낙하산’형으로 취임한 후 경총 사무국이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친노동 정부의 ‘낙하산’ 논란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송 부회장은 고용노동부 고위직을 역임하여 노사문제에는 밝다고 볼 수 있지만 그동안의 행적 등에 비춰 친노동․친정부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송 부회장이 취임 후 경영계가 가장 절박하게 여겨온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관련 민노총의 주장에 동조함으로써 경영계 전반은 물론 중소기업중앙회마저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성명이 나오고 말았다.

당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는 최저임금위에서 장시간 논의를 거듭했지만 노사 간 이견으로 국회로 이송, 국회 환노위에서도 논란을 겪었다. 이때 민노총이 이 문제를 다시 최저임금위로 환송, 재심의 하자고 주장하자 경총이 덜렁 동조․수락했던 것이다. 이에 경총 회원사들은 “그 사이 경총이 노동계의 2중대가 됐느냐”, “친노동 정부의 낙하산이 내려왔느냐”는 반발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경총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 “국회에서의 논의를 존중한다”고 물러섰지만 송 부회장에 대한 ‘인책사임론’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10여일간 재택(在宅)근무라는 명분으로 출근도 하지 않다가 지난 11일 출근하면서 “전자결재로 집무했다”고 말했지만 믿는 사람이 없었다.

한편 손경식 경총회장은 경영계 내부의 분노를 인식한 듯 “송 부회장 문제를 회장단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사무국 업무는 당분간 회장이 직접 관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곧 송 부회장에 대한 ‘자진사퇴’ 유도발언으로 해석되지만 본인은 “결코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전투사 민노총의 투쟁력은 갈수록 강화

경영계 입장에서 보면 친노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막강한 노동권력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경총의 대화․교섭력이 하루 빨리 복원돼야 할 상황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노동계의 투쟁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도 태풍처럼 다가오고 있다.

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회에서 확정된 최저임금법 개정 법률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청와대 앞 규탄대회를 끝내고 6월 30일, 10만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결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촛불정권 탄생의 한 축으로 문 정부의 ‘정책파트너’이나 지금은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양대 노총에게 최저임금제의 재논의를 위해 사회적 대화에 복귀토록 촉구하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 외에 근로장려세제(EITC) 개선, 저임금노동자 지원방안, 통상임금 산입범위 확대, 임금제도 개선방안 등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의 입장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미 “국회 입법절차를 끝낸 최저임금제의 재논의는 산업계의 혼란만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또 통상임금 범위는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종 판결로 확정한바 있는데도 다시 노동계의 주장으로 재론하겠다는 방침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2015년 11월, 서울 도심을 마비시킨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던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은 가석방 되자마자 노동계의 투사로 복귀, 반자본․반시장 투쟁 선두에 나섰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사법연수원 앞에 출동, 재판거래 의혹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구사를 촉구했다.

이처럼 노동계의 투쟁전선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경총 회장단 리더십의 회복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힘겨운 노동계 파트너… 경총회장은 기피감투

경총은 1970년 7월, 노사분규가 대형화하기 시작했을 때 전경련으로부터 독립기구로 창립됐다. 경총은 노동계와 협상 파트너로 출발했기에 회원사들 모두 회장사를 기피하여 당시 노사문제를 겪고 있는 대한방직협회 김용주(金龍周) 회장을 떠맡기듯 추대했다. 실제로 김용주 초대회장은 후임자를 찾지 못해 무려 12년이나 연임했다. 1982년 총회에서는 부회장을 맡고 있던 럭키금성 구자경(具滋暻) 회장을 후임으로 추대했지만 끝까지 고사했다.

이때 구 회장에게 취임을 설득하러 나섰던 코오롱그룹 이동찬(李東燦) 회장이 대신 2대 회장을 맡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동찬 회장도 10년 연임하기까지 후임자를 찾지 못해 고심 끝에 초대 회장사인 전방의 김창성(金昌星) 회장을 억지로 추대함으로써 회장감투를 대물림했다.

김창성 회장도 중임 끝에 친분이 두터운 동양화학(현 OCI) 이수영(李秀永) 회장을 겨우 추대하고 물러났다. 그 뒤 경총회장직은 더 이상 오너회장으로는 안 되겠다는 내부 논의 끝에 관료 출신 이희범 회장, 박병원 회장 등으로 갔다가 이번에 다시 CJ그룹 손경식 회장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순수 민간단체인 경총 회장단에 친정부 낙하산이 취임한 것은 이변(異變)이다. 경총은 명백히 노동계와 대화 파트너로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기본 사명이다. 그러니 친노동․친정부 낙하산 취임의 발상 자체부터 비정상이었다.

친노동 문정부 들어 경총마저 ‘낙하산’사태

경총은 문 정부 들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연내 제로화’ 방침이 “민간기업까지 영향을 파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가 ‘죽다가 살아남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경총은 반성부터 하라”고 야단치고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총은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직격하여 숨도 쉴 수 없는 급박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입을 닫고 근신했지만 끝내 박병원 회장이 김영배 상근부회장과 동반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경영계는 갑작스런 경총 회장체제의 붕괴에 대응 노사문제에 밝은 박상희 대구경총회장을 후임으로 추대키로 합의, 언론에 공표했다. 박 회장 내정자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국회의원으로 여야의원들과 폭 넓은 소통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당시 박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하면 노동계와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김영배 부회장을 유임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듯 박상희 회장카드가 철회되고 CJ그룹 손경식 회장에다 고용노동부 출신 상근부회장이 취임했으니 친노동 정부의 낙하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비정상은 한시 빨리 정상화 돼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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