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연태 ㈜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꽃을 보고 즐기기 위해 찾아다니는 것을 탐화(探花)라 하고, 그중에 특히 매화꽃을 찾아다니는 것을 탐매(探梅)라 하겠다. 

[김연태 칼럼(㈜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이토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라 불리는 매화는 다른 꽃들이 피기 전에 맨 먼저 피어나기에 화형(花兄)이요, 눈서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서 꽃을 피우다보니 세한(歲寒)의 군자며 눈이 내릴 때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부른다. 꽃의 색깔은 흰색과 홍색이지만 흰색 중에서도 푸른빛을 띠어 옥같이 하얀 것은 옥매라고도 한다. 매화는 청고(淸高)하고 창연한 고전미가 있어 가장 동양적이며, 추위 속에 꽃이 피어 한사(寒士)를 상징하여 차가운 눈 속의 매화를 연상하게 된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꽃 없는 동지, 섣달의 긴긴밤을 보내고 맨 처음에 피는 매화를 찾아 탐매길을 다녀왔다. 교통편의상 예년에는 충북이원에 있는 옥매원이라는 매화농장에 자주 다녔지만 이번엔 변화를 위해 섬진강주변을 찾았다.

통상은 매화가 가장 절정인 축제기간엔 사람에 치이게 되어 이를 피하고, 매화로 많이 알려진 광양은 거리상으로도 부담스럽기에 전북 임실의 매화마을로 알려진 구담마을을 찾았다. 생각보다는 만족스러워 원 없는 천천함으로 모처럼의 한을 풀듯 매화를 만나보지만 ‘회자정리’ 라던가, 결국은 매화를 두고 올라와야 하는 아쉬움을 전주막걸리 한잔으로 달래본다.

가을에 단풍이 내려가는 속도도 마찬가지지만 꽃이 올라오는 속도는 하루에 20~30킬로미터이다. 지금 서울엔 진달래, 개나리가 시작되지만 매화가 피는 섬진강가엔 매화가 먼저 지게 될 것이다.

‘매화 꽃피어 온 산 가득한데/ 은자(隱者)는 빈 술잔 쥐고 웃음지네/ 술을 살 돈이 없는 거야 괜찮지만/ 다만 매화꽃 오래 가지 못할까 두렵구나.’라던 어느 문인이 두려워했었는데, 두려워하는 마음은 40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옥봉이라는 여인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모하는 남자(운강)가 너무나도 그리워 쓴 시를 보자.

- 贈雲江(증운강) 운강에게 보내다. -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근래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여쭈옵니다

月倒紗窓妾限多(월도사창첩한다) 달빛 닿는 사창가에 소첩의 한이 많사옵니다.

若使魂夢行有跡(약사혼몽행유적) 꿈속에서나마 당신을 찾아다닌 흔적이 있다면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문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겁니다.

그리움이 넘치다보니 꿈속에서나마 만나고 싶어 그를 찾아다닌 무수한 흔적으로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될 정도라는 이 시를 보고 그 남자에게서 한번 찾아오겠다는 기별이 왔지만 더디기만 하다. 다시 붓을 들어 기다림에 지친 마음을 시로 쓴다.

- 규원(閨怨) 아녀자의 원망-

有約來何晩(유약래하만) 오신다고 기약하시더니 왜 이리 더디신가.

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뜰 앞의 매화는 때 지나 지려하는데

忽聞枝上鵲(물문기상작) 문득 나무 가지 위의 까치 우는 소리에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서둘러 거울 보며 부질없는 단장일세.

겨우내 기다려 그와 함께 보아야 할 마당의 매화는 어느새 지려한다는 절박하게 마음의 이 시를 보며 이제는 서울에서 새로 만나게 될 매화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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